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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순이의 일상
일상

집에서 손부업하는 여자

by zipsuni_haru 2024.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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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년 전 회사를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집에서 부업을 2년째 하고 있는 56세의  전업주부이다. 하루종일 집에서 잘 나오지 않는 나를 안타깝게 때론 답답하게 여기는 지인들이 있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알려주려고  나의 소소하지만   감사하고 행복한 일상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나는 매일  5시에 일어난다.
남편의 출근이 늦을 때엔 새벽예배를 드렸지만
지금은 일찍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책에서 본 글처럼 난 일어나면 꼭
침대를 정리하는데 참 좋은 습관임을 깨닫는다.
단정한 침대로 인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

6시에 남편이 출근하면 나는 컵을 달랑 챙겨  나만의 작업실로 들어간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있어 보이고 내가 멋진 사람 같아 보인다는....
나의 작업실은 울 집서 가장 작은 방이다.
그 방에는 새로 이사 온 지금 집이 좁아서 사용하지 못하는 폭은 좁지만 기다란 식탁과 의자가 있고, 재활용쓰레기장에서 득템 한 작은 협탁과 2단 신발장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커피포트와 선물로 받은 여러 종류의 티백차, 내가 읽던 책들, 메모노트, 일기장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믹스커피는 절제를 위해  들여놓지 않았다. 그리고 작업실이라는 이름이 주어진 가장 큰 명분인 손으로 하는 부업자재들이 있다.

나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콘센트커버를 조립하는 부업을 하고 있다. 남들은 몇푼번다고 차라리 파트타임알바를 하지 하루종일 그리 집순이로 지내냐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  나는 하루종일 부업에 몰두하지도 않고 나름 계획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출근한 후에 나는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좋아하는 말씀이나 음악을 들으며 부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시간들은 부업이 주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말씀을 들으며 묵상,  상상하는 것이 주가 되는 시간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시간들을 보내며 그저 손을 움직인다고나....^^

그리고 10시가 되면 아점을 간단히 먹고
내가 좋아하지만 줄이기 기로 작정한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치 상을 받는 기분으로 마신다. 그리고 창문을 다 열어 놓고 귀염둥이 짱이와 쓰레기를 챙겨서 산책을 나간다. 1~2시간 정도의 산책시간에  나와 함께 묵상을 하는 동생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카페 사장님인 친구와도 짧은 만남을 하고  미용실원장님도 왁싱샵을 하는 사랑하는 동생들과도 눈인사를 한다. 다들 나름 잘 나가는 소위 사장님들임에도 늘 나에게 시간 좀 내라고 말해주는 참 고마운 인연들이다.

그렇게 알찬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는 청소를 한다.
청소 후에는 기침에  좋다는 따뜻한 보리수차를 마시고 작업을 다시 시작한다. 때론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5시쯤에 남편이 퇴근을 한다. 위암수술로 맵고 짠 음식을 끊은 남편을  위해  나름 간식을 챙기지만 남편의 손엔 달달한 빵봉지가 들려있곤 한다.

저녁식사와 정리가 끝나면  당구채널을 시청하는 남편과 짧은 안부 같은 대화를 끝내고 나는 또 작업실로 들어온다. 중고로 산 아이패드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지인이 선물해 준 카모마일 차를 따뜻하게  마신다.  영상을 전공한 나는 영화를 너무 좋아하지만 결혼 후 공황장애가 생겨서 극장은 3번밖에 못 갔기에 이 시간이 내겐 참 즐거운 시간이 된다. 눈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손은 부업을 조립하고 있다.  머리는 까먹어도 손은 기억한다더니 어느새 부업이 손에 익었나 보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말씀을 들으며 부업을 하고 10시가 되면  정리를 한다.  부업 초기엔 잠도 안 오고 12시까지도 했는데 수면이 건강에 너무 중요하다는 강의를 본 후에 최소 6~8시간은 자려고 노력한다.
권장수면시간이 8시간이란다.
침실로 건너가면서 밤새 거실소파에서 티브이를 보며 자는 남편의 이불을 정리해서 덮어주고 티브이 음량을 줄인다.

남편은 결혼 후 5년부터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저리 불편하게 잠을 자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남편은 편하다니 이해하기로 했다. 어쩌면 엄마의 품이나 등에서 스르르 잠이 드는 평안함을 느끼는지도 모르기에..., 그런 남편은 우유병을 잡는 아가처럼 리모컨을 꼭 쥐고 자기에  다른 리모컨으로 음량을 줄이고 침실로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결혼 후 5년 동안은 꽤나 나에게 맞추기 위해 애를 썼음을 이제야 인정하게 된다.. 퇴근하면 말해줘야겠어요.
"늘 나만 애썼다고 생각했는데 당신도 애썼네요"

이제 나도 씻고 귀염둥이 짱이와 함께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별 탈 없는 일상을 허락하심에 감사기도를 하고 타지에 있는 남매들, 남편을 위한 한줄기도를 하고 잠을 청한다.

이런 일상이 연속이지만 난 너무 감사하다.
직장생활에서 많은 돈을 받은 것은 좋았지만 내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었다. 아이들이 대학 졸업 때쯤 난 사직서를 던졌다.
덕분에 고용보험의 혜택도 못 누려 남편의 눈치가 보였지만 대신에 건강이 좋아졌기에 감사하며 퉁쳤다.

연년생 남매가 대기업에  입사해서 다들 좋은 말들을 해주지만 우리 부부의 살림은 여전히 빠듯하다. 남편의 수술로 2년 정도 수입이 없었기에 대출빚은 그대로이고 얼마 없던 통장도 바닥을 쳤지만 우린 잘 살고 있는 듯하다.

아이들 학비 지출도 끝났고, 먹거리도 줄고 소비도
줄었다. 신기하게 아직까진 딱 필요한 고만큼의 수입이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내일, 다음 달, 내년을 생각하면 유익도 없는 근심이 몰려와서 난 일단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다들 집에 처박혀 등도 못 핀 채 부업만 하는 줄
걱정하지만 난 이리 매일매일을 잘 살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자매들, 친구들 나 조금 느리고 답답해 보이겠지만 나 잘 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들 함께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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