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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순이의 일상
일상

3년전 일기를 읽으며..

by zipsuni_haru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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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꼭 먹었던 나의 학창 시절...
친정아버지는 꼭 밥과 국이 있어야 식사를 하셨다.
자연스럽게 우리 자녀들도 국과 밥이 있는 식사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자란 내가 아침을 먹지 않는 남편과 결혼을 했다. 신혼 때 남편은 나름 애써 차려놓은 아침을
몇 수저도 뜨지 않고 출근한다. 그런 남편을 보며 음식솜씨가 없는 나는 주눅이 들기도 했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매일 술을 마시는 남편이
아침을 거르는 것이  걱정되어 윽박도 질러 보았다. 이젠 남편의 건강이 더 이상 남편만의 건강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모두의 건강이 되었건만 남편은 여전히 건강에 무신경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을 하고, 직장을 그만두게된 요즘 나는 집순이의 명분을 찾아보자는 듯 아침을 더 열심히 차린다. 토스트, 과일주스, 김밥, 유부초밥, 야채죽에 남편이 좋아하는 라면까지...,
그러나 남편의 아침은  여전히 물 한 잔이다.

아침에 밥이든 빵이든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하는 나는
나만의 아침을 차려서는 주지도 않는 남편의 눈치를
한 스푼 얹어서 이유 없이 눈칫밥을 먹는다.
가부장적인 집에서 받은 유교적 교육의 영향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침은 가급적 남편이 없을 때
먹게 된다.

오늘은 남편이 조금 늦게 출근을 한다고 한다.
배가 고픈 나는 냉장고에 있던 유부초밥을 꺼내어 간단하게 유부초밥을 싼다. 아이들이 있을 땐 간식으로 유부초밥을 싸서 달걀노른자를 풀어 묻혀서 밥알이 새 나오지 않게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주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두 접시에 나란히 담은 유부초밥에 어제저녁 끓여놓은 맑은 된장국을 곁들여 남편에게 권해 보지만 역시나 안 먹는단다.

혼자 식탁에 앉아 한 접시를 금세 비워냈다. 그리곤
남은 유부초밥을 용기에 담으면서 방금 전 혼자서 야무치게 먹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허기진 사람처럼 급하게 먹어치우던 내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남편은 아침을 먹는 것이 속에 부대끼는 사람이고, 나는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인 건데 거기에 나는 뭘 그리 명분과 감정을 들여댔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실상 남편의 건강보다는
좋은 아내라는 명분과  아내로서의 책임을 잘 해낸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 그렇게 먹지도 않을 식사준비를 해 왔던 거 같기도 하다. 
아니 그랬던것 같다.

오늘 이후로 난 더 이상 남편의 아침식사에 더 매달리지 않게 되리라는 확신이 서는 아침이다.
-3년 전 나의 일기中-

그리고  이 일기를 쓰고  3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저의 남편은 위암수술을 받은 지 2년 차가 되었다.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고 할 정도로 체중이 많이 줄긴 했지만 초기에 발견되어 수술도 잘되었고 항암도 하지 않아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매일 적은 양이지만 하루 세끼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는..^^.  

그런 남편을 지켜보면서 식습관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은 스트레스를 매일 술로 풀어냈고
집에 와서는 자기 전까지 혼술을 마셔었다.
수술 후 일 년중  360일 술을 마시던  남편이 드디어
술을 끊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끊게 된 거라고나 할까...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여야 잘 먹을까라는 고민이
일상이 되어버린 집순이가 저녁식탁거리를 고민하며
글로 수다를 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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