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집순이의 일상
감사일기

엄마의 소풍

by zipsuni_haru 2021. 11. 23.
728x90

엄마의 소풍

아침을 꼭 먹었던 나의 학창시절...
친정 아버지는 꼭 밥과 국이 있어야 식사를 하셨다.
자연스럽게 우리 자녀들도 국과 밥이 있는
식사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자란 내가 아침을 먹지 않는 남편과
결혼을 했다.
신혼때 남편은 나름 애써 차려놓은 아침을
몇 수저도 뜨지 않고 출근한다.
그런 남편을 보며 음식솜씨가 없는 나는
주눅이 들기도 했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아침을 거르는
남편의 건강이 걱정되어 윽박도 질러 보았다.

아이들이 떠나고 내가 직장을 그만 둔 요즘은
나의 명분을 찾아 보자는 듯 아침을 차린다.

토스트, 과일쥬스, 남편이 좋아하는 라면까지...
그러나 남편의 아침은 물 한 잔이다.

아침에 밥이든 빵이든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하는
나는 나만의 아침을 차리는데
주지도 않는 눈치를 얹어서 눈치밥을 먹는다.

아마도 전업주부로서의 자존감이 없어서인지도...

오늘 아침 남편의 출근 시간이 조금 늦는다.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몸에 좋다고 선물 받은 차를
먹을 만큼만 커피포트로 끓여 낸다.
사은품으로 받은 텀블러에 담는다.
피어 오르는 뜨거운 김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유부초밥을 꺼내어
간단하게 유부초밥을 싼다.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거 처럼..

아이들이 있을 땐 간식으로 유부초밥을 싸서 달걀
노른자를 풀어 밥알이 새 나오지 않게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서 주어었는데...


남편에게 권해 보지만 안먹는단다.
어제 저녁 끓여놓은 맑은 된장국을 곁들어
혼자서 한 접시를 비운다.

남은 유부초밥을 용기에 담으면서
혼자서 야무치게 먹었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자꾸 웃음이 새 나온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아침이다.
나의 명분과 책임을 잘 해낸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 남편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런 나의 이기심도 내려놓는다.

728x90
반응형

'감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情)을 나누다  (5) 2021.11.25
시어머님의 노래  (0) 2021.11.24
묵언수행을 이긴 날씨  (2) 2021.11.22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0) 2021.11.20
오래된 책꽂이  (0) 2021.11.19

댓글